암호화폐는 법의 테두리에 들어가야 할까

초반부터 중반인 지금까지, 올해는 유독 암호화폐에 관한 암울한 뉴스나 사건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초반에 터진 사건의 크기가 워낙 커서 공론화되며 묻혀있던 다른 암호화폐 뉴스들이 줄줄이 따라 나오는 상황일 수도 있지만 부정적인 뉴스가 눈에 띄게 늘어난 느낌이다. 

 

원래는 오늘 다른 기사나 정보를 찾아 요약하거나 정리할 생각이었는데, 전 코인베이스 직원이 해당 거래소의 데이터를 악용하고 제 3자와 작당하여 한화로 약 19억원 이상을 털어먹었다는 뉴스를 보고 짧지만 이런 글을 써 보고 싶었다.

 

참고로 해당 코인베이스 직원이 발각된 계기는 코인베이스에서 상장 코인을 발표하기 하루 전 특정 암호화폐의 거래량이 엄청나게 치솟은 것을 보고 누군가 지적한 것이 원인으로, 이 사건에 대해 뉴욕 남부 연방 지검장은 블록체인이나 웹3 분야도 법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어제, 혹은 그제에는 루나 쇼크에 대한 책임자인 권도형의 작업실과 거주 공간이 압수수색되고 또 그 전에는 테라폼랩스 직원의 횡령 의혹 등 루나에 관한 괴담 또한 파면 팔 수록 쏟아져나온다. 이런 것들은 코인베이스나 루나 코인이라는 거대한 규모의 회사에서 터진 사건이었기에 공론화도 빨리 되었고 알려졌지만 과연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사건들이 터질 지 의문이다. 

 

물론 탈중앙화 시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이런 일들은 알게 모르게 많이 일어나겠지만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이러한 "무법 행위" 는 민간인들도 쉽게 행하거나 당할 수 있으며 기본적인 피해 금액 또한 레거시 시장과는 다르게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시작하는 것 같다. 

 

코인을 상장하고 로드맵을 보여주며 사람들을 끌어들인 후 돈을 먹고 도망가는 암호화폐, 하나의 암호화폐가 폭락함으로서 그에 연결된 크고 작은 관련 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뱅크런하는 사태, 탈중앙화의 특징인 정보의 투명성을 악용하여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챙기는 관리자들 등의 사건들을 보고 있으면 암호화폐와 탈중앙화 사회는 법의 영향을 최소화하여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본인도 약간의 의문이 생긴다. 

 

물론, 탈중앙화의 시작 이념이 중앙 기관의 과도한 통제에서 벗어나 사용자들이 자신들이 누려 마땅한 권리(데이터)를 확보하고 서로가 투명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거래할 수 있는, 어떻게 생각하면 나름 이상적인 신세대 웹을 구축하자는 취지는 맞다. 또 얼마나 사용자들이 탈중앙화 사회에는 법이 필요없다는 말을 하건 간에 힘 있는 국가와 정부가 어느 정도 탈중앙화 웹을 울타리 안에 가두려고도 할 것이다. 

 

이걸 쓰면서 생각해 보기에 어느 쪽이라도 양날의 검이다. 탈중앙화를 본래의 이념대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정보의 투명성과 무엇보다 중요한 탈중앙화 웹의 기본 요소인 익명성 때문에 이게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아무리 일반인들도 크고 작은 사건을 계속해서 일으킬 수 있을 것이며 현재와 같이 많은 기업과 사용자들에게 대량의 피해를 주게 될 수도 있지만, 언젠가 조금 더 이 기술이 발전하고 탄탄해진다면 안정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의 초반에 일어나는 이런 사건들을 그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넘기기에는 인명에 간접적으로나마 피해를 끼치는 사건들도 보이며 법으로 어느 정도는 규제할 필요성도 있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아직 완전히 초기 단계인 탈중앙화 기술을 초장부터 밟아 죽인다면 발전은 커녕 레거시 시장의 부속 요소로서 동작할 뿐인 결말을 맞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가장 현명하고, 효율적으로 피해를 줄이며 이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 탈중앙화와 웹3를 법에 가두는 것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몫이긴 하지만 이런저런 뉴스들을 읽을 때 가끔 이런 의문도 든다 정도의 생각을 적어보았다.